마침표를 찍기까지 4년 10개월
2020년 11월 말,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고, 2025년 9월에 4년 10개월을 함께한 회사를 떠났다.
0에서 1을 만들어가며 백엔드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익혔다. 레거시 프레임워크를 현대화하고, AWS에서 GCP로 서비스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도 했다. 돌이켜보면 치열하게 성장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떠나기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업계 전반에 찾아온 불황.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울타리 안에서는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도 그럴까? 확인해보고 싶었다.
순탄하지 않았다. 애초에 취업 준비라는 걸 처음 해봤다. 교수님 추천으로 남들보다 빨리 AI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백엔드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이력서에 뭘 써야 하는지,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막막했다.

떨어지고, 다시 쓰고, 또 떨어졌다. 8개월.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옵스나우로 이직하여 AlertNow를 만들고 있다.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루틴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전 회사에서도 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늘 "나중에"였다. 바쁘다는 핑계, 익숙함에 기대는 관성. 이제는 그 관성을 끊을 차례다. 어차피 새로 시작하는 거, 일하는 방식도 새로 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 할 일 정리하기
전 회사 동료에게서 얻은 팁을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봤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오늘 할 일을 훑는다. 미팅이 뭐가 있는지, 진행 중인 일은 어디까지 왔는지, 여유가 생기면 뭘 더 건드려볼 수 있을지.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을 한 번 비우는 느낌이다. 업무 중 생긴 이슈나 인사이트도 그때그때 적어둔다. 안 그러면 까먹는다.
주별, 월별 업무 회고하기
주 단위, 월 단위로 회고를 한다. 내가 뭘 했는지 돌아보고, 반복되는 문제나 개선점을 찾는다. 거창한 건 아니고, 나를 조금씩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덤으로 "그때 내가 뭐 했더라?" 할 때 바로 찾을 수 있어서 편하다.
지식 공유하기
배운 건 흘려보내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만 두면 결국 휘발된다. 작업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문서로 정리해 사내 Confluence에 올리고 있다. 나중에 나도 다시 보고, 동료도 참고할 수 있게. 괜찮은 게 쌓이면 블로그에도 써볼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AI는 보조였다. 모르는 거 물어보고, 반복 작업 시키고, 가끔 코드 리뷰 받는 정도.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도 그렇게 일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엔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10줄 고민할 걸 AI가 3초 만에 뱉어낸다. 편하면서도 씁쓸했다. "이러다 나 필요 없어지는 거 아냐?" 같은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느꼈다. AI가 코드를 짜주는 건 맞는데, 결국 뭘 만들지 결정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가면 잡아채는 건 나였다. 도구가 강력해진 만큼, 그걸 쓰는 사람의 판단력이 더 중요해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을 살고 있다. 이제는 나를 백엔드 개발자라 소개하지 않고, Product Engineer라고 소개하고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확실하다. "AI가 미래다"라는 말은 이제 예언이 아니라 현재 시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두려워하기보다 익숙해지는 쪽을 택하려 한다. AI와 어떻게 협업할지, 그 감각을 지금부터 쌓아가야 할 것 같다.